황진혜 웨스트월드 슈퍼바이저,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입체적 고래 이미지로 감정 전달
다리를 건너는 지하철 위로 커다란 고래가 하늘을 유영한다. 지하철에는 처음 로펌으로 출근하는 우영우(박은빈)가 타고 있다. 첫 출근길 설레는 마음을 고래로 시각화한 것이다. ENA 인기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서 고래는 영우 그 자체다. 영우의 감정선은 고래로 표출된다.
영우의 머릿속에 있는 고래는 서울 하늘을 헤엄치지만, 어색하지 않다. 고래 CG가 억지스럽지 않게 드라마 풍경에 녹아든 덕분이다. CG 작업은 ‘고요의 바다’ ‘지금 우리 학교는’ 등에서 작업해온 시각효과(VFX) 업체 웨스트월드가 맡았다.
황진혜 웨스트월드 슈퍼바이저는 2일 서면으로 “드라마 속 고래들은 영우와 감정을 교류한다”며 “실사처럼 보이되 영우의 감정을 극대화할 수 있는 환상적 이미지를 중점적으로 생각했다”고 밝혔다. 하늘은 청량하게 바꾸고 컬러감도 실제 고래보다 밝게 했다. 비록 고래는 영우의 환상이지만 실제와 너무 동떨어지지 않고 같은 세계에 존재하는 것처럼 느낄 수 있게 했다.
극 중 고래는 가상의 존재이기 때문에 입체감이 필요했다. 그는 “하늘에 고래가 그냥 떠 있으면 이질감이 들 수 있다고 생각했다”며 “물기 있는 고래의 표면에 해가 반짝이는 느낌이나 회의실로 들어오는 고래의 그림자, 회의실 책상에 반사되는 고래, 빌딩에 비치는 반사와 그림자까지도 신경을 썼다”고 말했다. 영우와 교감하는 장면에 대비해 고래의 눈동자도 신경 써서 만들었다고 했다.
[ENA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서 CG로 이미지화된 고래가 빌딩 사이를 떠다니는 모습]
고래는 도심 빌딩 사이에도 나타난다. 영우가 호감을 가진 로펌 직원 이준호(강태오)가 회의실 벽면의 고래 사진을 보여줄 때, 창밖에는 거대한 고래가 모습을 드러낸다. 황 슈퍼바이저는 “사진 속 고래가 실사로 나타난 것처럼 이어져 나오길 바랐다”며 “작품 속 포즈부터 시작해 돌면서 나오는 움직임을 주는 등 각각의 장면에 맞춰 고래의 움직임에도 의미를 부여했다”고 전했다.
영우의 감정에 따라 고래의 모습도 달리 표현된다. 출근길 고래에는 영우를 응원하는 마음을 담았다. 황 슈퍼바이저는 “힘차게 영우를 따라가는 느낌으로 작업했다”며 “지하철이 어두운 곳에서 밝은 곳(지상)으로 나올 때 해가 영우에게 비추듯이 고래에게도 빛이 들어와 활기찬 느낌을 주고자 했다”고 말했다.
[우영우의 로펌 사무실 창밖에 나타난 고래]
영우가 자폐인으로서 한계를 느끼고 사직서를 인쇄할 때는 완전히 다른 이미지의 고래가 등장한다. 어두운 로펌 사무실 바깥으로 지나가는 혹등고래는 흐릿한 실루엣만 보인다. 영우의 슬픔을 대변하듯 고래는 아주 천천히 움직인다.
황 슈퍼바이저는 “고래의 실루엣이 너무 튀면 감정을 깨뜨릴 수 있기 때문에 서서히 움직이며 내려가게 했고, 고래에 닿는 조명도 상황에 맞췄다”며 “유리와 나무 창틀의 프레임 너머로 은은하게 들어오는 혹등고래가 잘 표현된 것 같아 만족스러웠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장면”이라고 전했다.
2022.08.03. 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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